“상업주의로 잃어버린 ‘광장’ 찾아 연주합니다”
스위스전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24일 새벽 광화문 앞 광장. 16명의 길거리 악사들이 환호하는 월드컵 응원객들에 둘러싸여있다. 방송국 카메라도 화려한 무대도 없다. 제 흥에 겨운 연주가 시작되고 자유롭고 신나는 선율에 둘러 선 사람들도 이내 하나가 된다.
열린 광장의 악사들은 6가지 금관악기를 연주하는 브라스밴드 ‘퍼니밴드’와 4가지 타악기 연주그룹 ‘잼스틱’. 탁 트인 광장에서 빛나는 쪽은 유명가수들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다.
2006년 월드컵은 유독 “시청 앞 광장이 팔렸다”, “월드컵이 통신사 간 기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들이 만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연주를 듣는 시민들에겐 그저 축제만이 있을 뿐이다. 열린 광장에 걸맞는 이들의 유쾌한 공연은 매 경기마다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지난달 26일 보스니아 평가전 때 무작정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악기를 들고 나갔었죠. 브라스밴드는 서서 연주하기 때문에 액션까지 덧붙이면 멋진 거리응원공연이 되거든요”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4년 전의 광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열린 광장에 걸맞는 저유롭고 순수한 열정이 그리워서다.
첫 공연때는 주차장 수위 아저씨한테 “시끄럽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취객들의 난동때문에 공연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광장의 일부.
응원곡 Go west를 연주하는 솔로 트럼펫의 ‘한국~’이란 구절이 울려퍼지면, 응원객들이 사방에 모여든다. 아스팔트 위는 금세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광장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밴드 리더 임광선씨(29·퍼커션)는 “경기 첫날인 지난 13일에는 광장 개방이 안 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응원을 했죠. 통신사에서 나눠준 티셔츠를 입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다니 우습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한 통신사에서 공연을 의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최측은 모두가 아는 응원곡임에도 자사에서 만든 곡이 아니면 연주하지 못하게 했다. 때문에 이들은 “광대같은 공연은 못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거리무대로 나왔다.
이들은 ‘나 자신부터’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한다. 밴드를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반갑지만, 관객들 스스로가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흐뭇하다는 것이다.
“월드컵 같은 모두의 축제에서 붉은악마니 일반시민이니 ‘구분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어울려서 응원하고, 즐기고, 노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이고은기자 freetree@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6-06-26 09:39]



















